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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I로 빨라진 북한 해킹, 가상자산 보안의 기준을 바꿔야 한다

대량 맞춤형 피싱에서 거래 서명 시스템 침해까지…AI 활용으로 더 위협적으로 변한 북한 해킹 범죄집단

해킹 피해를 접할 때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돈이 사라졌는지부터 확인한다. 하지만 그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공격 방식의 변화다. 인공지능(AI)이 공격 준비에 필요한 시간과 수고를 줄이고 있다면, 과거의 인력과 속도를 전제로 설계한 방어 체계는 무력화 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분석에 따르면, 조사 대상 북한 해킹 조직 8곳 중 3곳은 AI를 일상적인 공격 업무에 통합한 단계에 도달했다. 한국 이용자를 겨냥해 맞춤형 PDF 유인 문서를 대량 제작한 사례도 확인됐다. 이는 앞으로의 피싱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보내는 어색한 메시지보다, 수신자의 업무와 관심사에 맞춘 자연스러운 제안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과거에는 피싱 메일의 부자연스러운 문장과 조악한 형식으로 알아챌 수 있었다. 이제는 문장이 매끄럽고 업무 맥락에 맞는다는 이유만으로 신뢰해서는 안 된다. 투자 제안서, 채용 과제, 인터뷰 요청, 협업 문서처럼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자료에서도 발신자와 전달 경로를 별도로 확인하는 습관이 꼭 필요하다.

연일어 터지고 있는 대규모 가상자산 탈취는 이러한 위협이 초래할 수 있는 파괴력을 보여준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TRM랩스는 최근 바이낸스 관련 지갑에서 약 63억6천만 달러가 유출됐으며, 대부분의 자금 이동이 약 20분 동안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배후로는 북한 해킹 조직 ‘트레이더트레이더’를 지목했다

이번 해킹사건과 관련한 우려는 공격 시도의 증가다. 공격자가 문서 작성과 코드 수정에 쓰는 시간을 줄이면, 더 많은 대상을 접촉하고 실패한 시도를 빠르게 바꿀 여지가 생긴다. 방어하는 기업과 이용자는 그만큼 더 많은 의심스러운 접근을 판별해야 한다. 공격 성공률이 얼마나 높아졌는지와 별개로, 방어 부담은 이전보다 훨씬 커진다.

거래소는 한 번의 침해가 대규모 출금으로 번지지 않게 해야

거래소와 가상자산 기업이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업무용 계정과 기기에서 자산 이동 권한까지 이어지는 경로다. 직원 한 명의 노트북이나 계정이 침해되더라도, 공격자가 곧바로 핵심 시스템과 거래 서명 권한에 접근할 수 없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개발·업무 환경과 자산 운영 환경의 접근 권한을 분리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범위와 시간만큼만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고액 출금과 중요한 설정 변경에는 독립적인 승인 절차를 두고, 승인자가 실제 수신 주소와 거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여러 명이 승인하는 구조라도 같은 기기나 동일한 관리 권한에 의존한다면 공통된 취약점에 노출될 수 있다.

핫월렛에 보관하는 자산 규모와 출금 한도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 보안의 목표는 침입을 막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침입이 발생했을 때 공격자가 움직일 수 있는 범위와 금액을 제한하는 것까지 포함해야 한다.

탐지 역시 문서의 제목이나 알려진 악성코드와의 일치 여부에만 의존해서는 부족하다. 평소와 다른 관리자 접속, 갑작스러운 권한 변경, 이례적인 서명 요청과 자금 이동 등 실제 행동의 변화를 살펴야 한다. 경보가 울렸을 때 누가 출금을 중단하고, 어떤 경로로 관계 기관과 다른 사업자에게 알릴지도 사전에 정해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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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확인 습관과 공동 대응 체계의 필요성

개인 이용자도 보안 기준을 높여야 한다. 거래소나 지갑 서비스에서 온 메시지는 메시지 속 링크를 누르기보다 공식 앱과 직접 저장한 주소로 접속해 확인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업무상 받은 파일이라도 예상하지 못한 로그인이나 프로그램 설치를 요구한다면, 기존에 알고 있던 별도의 연락 경로로 요청의 진위를 확인해야 한다.

가상자산을 직접 보관하는 경우에는 복구 문구를 온라인에 입력하거나 타인에게 전달하지 않는 원칙이 중요하다. 하드웨어 지갑을 사용하더라도 자신이 무엇을 승인하는지 확인하는 책임은 남는다. 거래소 보관과 직접 보관은 각각 다른 위험을 가지므로, 자신의 관리 역량을 고려한 선택이 필요하다.

기업과 정부의 대응도 개별 조직의 울타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공격에 사용된 주소와 도메인, 침해 징후를 신속히 공유하고, 거래소·보안업체·수사기관 사이의 긴급 연락 체계를 평소에 작동시켜야 한다. 동시에 보안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협력업체까지 방어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AI가 공격 준비의 속도를 높이는 시대에 모든 이용자가 매번 완벽한 판단을 내리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이용자의 주의를 돕는 인증 절차, 한 번의 실수를 제한하는 권한 구조,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즉시 멈출 수 있는 대응 체계가 함께 필요하다.

가상자산 산업이 신뢰를 지키려면 보안을 서비스의 부가 기능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공격자가 얼마나 정교해졌는지 경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침해가 발생해도 이용자의 자산을 지킬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 그것이 이번 바이낸스 해킹 사건을 계기로 업계가 답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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